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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1 00:32

나는 아들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최근에 경제정책보좌관 면접에 떨어졌다. 서류에 합격해서 기뻤고, 혹시 진짜 합격해서 서귀포에서 제주시까지 출퇴근하게 되면 어쩌나? 김칫국을 마셨다. 야근이 많다는데 그동안 자유롭게 살다가 달라진 삶은 어떨까? 또 김칫국을 마셨다. 면접장에 일찍 도착했다. 면접자는 총 5명이었고, 그 중 한 명은 면접을 포기해서 오지 않는다고 했다. 


첫 번째 남자는 덩치가 크고 짧은 스포츠 머리의 남자였고 바로 면접에 들어가서 별다른 대화를 하지 못했다. 첫 번째 면접자가 면접을 보러 들어가고, 남은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눴다. 여자 면접자분은 스피치 강사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발음도 또박또박하고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5년 동안 방송국에서 기자생활을 하셨다고 했다. 많이 긴장하신 듯 보였고,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수십장의 프린트물을 가지고 왔고, 밑줄이 가득했다. 


그리고 한 분은 석사까지 마치고, 본인 사업도 경영한 적이 있는 노련한 분이셨다. 한참 대화를 나누는데 정말 산전수전 다겪은 분이란 느낌이 들었다. 강원도에 사는데 면접을 보려고 비행기를 타고 오셨다고 했다. 어머니가 아프셔서 일을 그만두고 고향에서 어머니 병간호를 하다가 어머니께서 소천하셔서 제주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생각하셨단다.


마음이 편해졌다. 이 둘 중 한명이 붙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다. 다들 능력자였고, 정말 많이 준비를 해온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마음 편히 준비한대로 면접을 보자 마음먹었다. 


면접은 즐거웠다. 5명의 면접관분들이 있었고, 다양한 질문을 했다. 공무원의 자세, 제주의 부동산 대책, 일자리 정책 등등 생각해보면 충분히 예상할만한 질문들이었고, 다행히 난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면접관 분들도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면접이 끝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다음 날, 바로 면접 결과가 나왔다.


합격자는 예상외로 첫번째 남자였다. '그 사람도 준비를 많이 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누군지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다. 별다른 검색이 안나온다. 음. 결국 찾아냈다. 


억울하거나 화가 나진 않는다. 단지 답답하다. 이런 구조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긴장하던 그 면접자분이 긴장하며 수많은 프린트물을 밑줄쳐가며 읽을 필요가 없었잖아?

강원도에서 제주까지 비행기타고 오지 않아도 됐잖아?


얽히고 섥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 수가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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