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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8 07:03

나는 제주도에 살지만, 제주 사람이 아니다.

서귀포 시민극단 드라마센터 코지에서 작년에 녹음했던 오디오북 CD를 받았다. 올해에는 뮤직비디오를 촬영한다고 한다. 변해가는 제주도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와 영상을 찍기로 했다. 


내가 제주도에 온지 3년차가 되었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주민 가족이다. 비슷한 시기에 친구 가정도 제주도로 이사오기도 했고, 주변에 내 또래의 사람들은 육지에서 제주로 내려온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학교도 안다니고, 회사도 안다니니 제주 토박이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다. 일도 노트북으로 하니까 사실 나는 제주도에 살고 있지만 전혀 제주에 섞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제주로 이사온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일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귀포 시민극단을 통해 제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살아오신 삼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귀포 시민극단의 의의가 "선주민과 이주민의 만남과 교류" 인데, 덕분에 나는 평소에 듣지 못하는 이야기들과 제주 사투리를 원없이 들을 수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모임이 있었는데, 서귀포에서 나고 자라온 57년생 삼춘의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옛 추억부터 생생히 겪어온 제주도의 변화상까지... 솔잎을 모아서 김밥말듯이 말아서 땔감으로 쓰고, 그때는 고등어가 온 천지에 있어서 홀어머니가 4남매를 키우며 고등어를 주어다가 마을에 팔았던 이야기며, 온 몸에 난 이를 잡은 이야기. 그리고 지금 변화한 제주에서 살면서 재건축 아파트를 반대하는 운동을 한 이야기. 제주시 한 아파트는 13평에 3억4천만원에 매매되고 있단다. 그럼 그 아파트가 재건축 되면 얼마에 팔려고 그렇게 비싸지는지. 그리고 그곳에 사는 서민 할망들은 어디로 가게 될런지. 재건축 된다고 돈버는 것 아니라고. 할망들은 그 돈받아서 다른 곳에 지금 사는 곳만한 집 못산다고...


그리고 어린 시절 돈이 없어 고등학교도 어렵게 들어가고 아끼며 살았던 이야기를 하시다가 눈시울을 붉히셨다. 우리 아버지 또래의 삼춘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건 "선주민과 이주민의 차이"라기보다는 "세대의 차이"가 더 컸다. 그리고 나눈 이야기 중에서 제주 젊은이들도 제주어 제대로 모른다고... 어미에 ~맨 정도 붙이고 제주 사투리 쓴다고 하는데... 부모랑 자식 사이에 대화하다가도 "아빠 지금 무슨 말 한거에요?" 라고 물어볼 때가 있다고 하신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제주사투리 쓰지말라고 교육하고, 또 아이들이 중학교만 가면 집에서 대화할 시간이 없으니 이렇게 세대간에 단절이 되었다. 


세대가 단절되고, 공동체의 가치가 이어지지 않으면 공동체는 잘게 쪼개지고 결국에는 무너진다.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은 시골에서 젊은 시절 서울로 상경하셨고, 평생을 서울에 사셨다. 그런 부모님에게 시골은 고향이지만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온 내게는 고향이 없다. 아버지의 고향이 내 고향은 아니고, 그렇다고 서울을 고향이라고 부르기에도 어색하다. 어쩌면 난 디지털노마드라고 불리기 이전에 이미 유목민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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