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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9 어린이날 이장예배
2017.11.19 20:37

어린이날 이장예배


어린이날은 소파 방정환 선생님께서 아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날이다.

나에게 있어 어린이날은 특별한 추억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아들, 딸 두 자녀를 둔 전도사 아빠로서 100만원도 채 안 되는 사례비로 선물은 못 사줘도 자녀들과 동네 공원이라도 산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55일 어린이날에 교회에서 서천에 간다는 것이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는 줄 알고 아쉽지만,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른 새벽에 교회 마당으로 모여 교회 버스를 탔다. 두 세시간 눈을 붙이니 어느덧 서천에 도착했다. 선배 교역자들과 서천 마을회관에 내려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잘 정돈된 꽃과 나무들 말고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를 보고 마을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무슨 일이기에 쉬는 날 교역자들을 모아 서천까지 내려왔는지 궁금했다. 선배 교역자에게 물어봐도 무슨 영문인지 알지를 못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멀리서 교회 집사님들과 장로님들이 보였다. 그리고 양 갈래로 길을 만들며 줄지어 서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도 그 줄에 맞추어 차례차례 줄지어 섰다. 맨 앞에 선 국장 목사의 선창에 따라 줄 선 사람 모두 한목소리로 찬양을 불렀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선배 목사에게 물어보았다.

 

여긴 왜 온 거예요? 갑자기 줄 서서 왜 찬양을 불러요?”

오늘 이장예배 드리는 날이야.”

이장 예배가 뭔데요?”

위임목사님 부모님 묘자리 옮기는 날이라고.”

 

순간 당황했다. 한 번도 이장예배를 드려 본 적도 없고, 어린이날 자녀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위임목사 부모 묘 자리 옮기는 것에 자리를 지킨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한 번도 본적 없는 이의 묘자리 옮기는 것에 이른 아침부터 나와 줄 지어 찬양을 부르는데, 위임 목사의 두 딸과 사위는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얼굴을 비추는 것이다. 게다가 12일로 여행을 갔다가 이장한다는 이야기에 부랴부랴 온 것이다. 그것을 보며 과연 내가 사역자로 있는 것인지, 머슴으로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갔다.

우리들 보다 더 일찍 자리를 지키고, 음식을 준비한 권사님, 집사님은 무슨 죄가 있어 그 자리에 있었을까?

이장예배에 참석한 마을 어른들은 덕분에 자기 마을이 살기 좋아졌다며 위임목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 수확한 딸기도 잘 부탁하고, 여름에 농활 할 청년들도 많이 보내달라 했다.

그저 웃음 밖에 안 나왔다.

예수님도 죽은 자의 자리는 죽은 자에게 맡기라고 했는데,

어린이날 하면 이젠 이장예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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