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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7 12:30

육아휴직을 감행한 “보통 아빠의 육아일기” <육아의 온도>를 읽고

<육아의 온도>는 육아휴직을 한 아빠가 쓴 에세이 책이다. 육아법에 관한 책들은 많지만 아빠가 육아 에세이를 쓴 책은 흔치 않다. 물론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도 흔한 일은 아니다. 요즘은 국가적으로도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점차 바뀌고 있지만 이 책이 출간된 2014년에는 아빠 육아휴직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윤기혁 저자는 직장에서 반복되는 야근과 회식 등으로 조금씩 가정에 소홀하게 되었고, 첫째 아이를 낳고 복직하게 된 아내는 아내대로 월화수목금금금의 바쁜 삶 속에서 지쳐갔고, 저자의 딸 은세는 자기 나름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어린이집에서 문제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그 순간 저자는 “나는 지금 행복한가?”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갖자고 선택한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아이의 문제행동들은 사실 엄마와 아빠에게 “구해줘” 라고 간절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회사 규정에서는 아빠의 육아휴직도 사용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마주치게 되는 장벽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엄마가 아닌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육아휴직은 엄마가 쓰는 거 아니야?’ 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부딪친다. 그리고 한 사람이 빠지는 만큼 업무에 공석이 생기는 데 대한 부담감과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면 줄어드는 수입도 문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전에 아내에 의사도 중요하다. 다행히 저자는 아내와 마음도 일치하고,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육아휴직을 감행한다.

나도 저자와 비슷한 시기에 육아를 위해 재택근무를 했었다. 7개월 된 아들과 함께 낮에는 아빠육아를 하고, 밤에는 노트북을 키고 일을 했다. 아빠육아를 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육아의 온도>가 더 공감되고 재미있게 읽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 가족은 제주도로 이사를 왔고, 지금은 직장인이었던 부부가 모두 프리랜서가 되어 두 아들을 함께 육아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3살된 아들이 뒤에서 오줌을 싸서 아내는 아들의 옷을 벗기고, 나는 옷을 손빨래하고 돌아왔다.

아빠육아를 경험하기 전에는 육아가 얼마나 힘든 줄도 몰랐다. 솔직한 속 마음으로는 ‘남자는 여자보다 체력도 좋으니 육아도 덜 힘들겠지?’라고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하루종일 아이와 단둘이 있는 것은 단순히 체력적인 힘듦이 전부가 아니었다. 한시도 아빠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와 육아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톱니바퀴처럼 계속 반복되는 집안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아내를 배웅하고, 이유식을 만들고, 먹이고, 낮잠을 재우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산책을 나가고, 씻겨주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계속 안아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와 함께 해야 한다.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난 1년간 아빠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아빠와 엄마가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육아를 하기 전에는 나도 보통의 아빠들과 마찬가지로 퇴근하고 아빠를 데면데면하는 아이를 안아주고, 주말에는 아빠 노릇한다고 좀 더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아이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니 엄마만 찾았고 아빠가 안아주면 불편해하고 울곤 했었다. 그리고 육아에 힘들어하는 아내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육아를 경험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아이와 정서적인 교감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아내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저자도 육아휴직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이를 씻기고 옷을 입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린이집에 데려가는 것까지 모든 것이 어색하다. 생각해보니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들의 이름들도 다 모른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시간에 아빠의 역할은 항상 “괴물”이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한달 두달 시간이 지나고 아빠는 은세를 능숙하게 깨우고, 아침을 준비하고 차분히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가게 된다. 늦장을 부리는 딸을 다그치거나 재촉하지 않고 아이와 말에 귀기울려주고 조금 늦더라도 조급하지 않는다. 출근을 해야 했다면 가지지 못했을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고스란이 아이에게 전해져서 은세도 조금씩 안정을 찾는다. 무엇보다 놀이시간에 아빠의 역할이 “괴물”에서 “왕자님”으로 변한다. 난 책을 읽으면서 이 순간이 가장 극적으로 느껴졌다. 아이들은 놀이에서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곤 한다. 어쩌다 한번 놀아주던 아빠는 “괴물” 이라는 무서운 역할이 어울리지만 항상 함께해주는 아빠는 “왕자님”이 되어서 나랑 결혼할 사람이 된다.

최근에 인터넷에서 봤던 우스개소리 중에 우리 집에서 아빠의 역할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 아빠가 집에 없을 때 둘 중 어떤 느낌인지 보면 된다는 글이 있다.


  1. 아빠가 없어서 허전하다. vs 2. 아빠가 없어서 편하다.


1을 선택하면 아빠와 친하고 편한 관계이지만 2번을 선택했다면 말하지 않아도 아빠와의 관계가 너무나도 불편하다는 말이 된다. 안타깝게도 인터넷에 올라온 이 글에는 대부분 “우리집은 2번이다” 라는 댓글이 달려있다. 만약 어린시절 아빠와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많다면 1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까?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아빠는 물론이고 엄마도 너무 바쁘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힘들다. 사실 아빠육아는커녕 엄마육아도 경험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많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살기 좋은 곳,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윤기혁 저자는 1년 동안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시 회사로 복직한다. 하지만 이제 이전의 모습이 아니다. 회사와 가정에서의 역할을 모두 잘 감당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예전에는 회사가 7이고 가정이 3인 비율로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는 회사가 7 가정이 5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회사도 가정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열정을 12로 늘리겠다고 한다. 가정을 뒷전으로 하지 않겠다는 저자의 결심을 응원하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 라는 결론이 안쓰럽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개인이 더 달려야 하는 것만 같아서 슬펐다. 사회와 국가가 1을 대신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이웃들이 또 다른 나머지 1을 감당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좋겠다.

우리 가족의 경우, 지역별로 지어진 육아종합지원 센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아직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 단계의 36개월 아이를 대상으로 보육서비스를 제공해준다. 그래서 둘째는 어린이집을 가기 전에 육아종합지원 센터에 종종 가고, 장난감과 그림책도 빌려온다. 그리고 수눌음육아나눔터라는 지역주민들이 모여서 만든 공동육아 모임에도 참석한다. 아이와 엄마 아빠들이 함께 모여서 주말마다 텃밭을 가꾸는 모임을 한다. 이렇게 국가와 이웃을 통해 육아에 도움을 받는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육아를 엄마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들지만 아빠가 함께 육아에 동참한다면 그 힘듦은 이분의 일이 되고, 주변의 육아지원정책을 찾고, 함께할 이웃들을 찾으면 또 다시 힘든 짐을 나눠질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1년간의 육아일기를 기록해서 육아에세이 책도 펼쳐내고, 자신이 배운 것들을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아빠육아 노하우도 전해준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더 많은 아빠들이 용기를 내서 육아휴직을 쓰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빠들이 찬란하고 행복한 순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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