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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23:58

야식으로 치킨 먹으면서 쓰는 일기.

살면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마주치면 사진찍듯이 그 장면을 머릿속에 찍고 핀을 꽂아둔다. 그러면 몇 년 후에도 그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기분 좋았던 일,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슬픈일에도 핀을 꽂는다.


학생일 땐 공부하는데 이 방법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공부할때는 전혀 쓰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과 함께 하는 많은 순간들을 찍어놓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니 핀도 무수히 많이 꽂힌다. 내 머릿속엔 즐거운 사진들로 가득하다. 그냥 한참을 멍하니 기억을 뒤져보다가 혼자 실실 웃기도 한다.


사실 이 기억의 핀들이 진짜일까? 생각이 들때도 있다. 진짜 사진, 진짜 동영상을 더 많이 찍는게 확실한 기록이 될테니까.


사실 행복하지만 힘들고
긍정적이지만 두렵고
웃고 있지만 걱정된다

요즘 즐겨듣는 싱잉앤츠 모순 가사처럼


내 맘을 나도 모르겠고, 또 알 것 같아.

열심히 살고 싶지만, 관둘래.




시간은 참 빠르다. 둘째를 임신하고 "언제 태어날까?" 기다리던게 엊그제 같은데, 첫돌을 맞이했다. 아내가 이것저것 검색하고 준비한 돌상. 손재주도 많고 감각도 좋아서 업체에서 대여한 돌상보다 더 예쁘다.



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려고 노력한다. (물론 함께 있을 땐... 혼자 화장실에 숨어서 핸드폰을 한다거나 해서 아내에게 혼이 나지만....) 아이들은 정말 빨리 자란다. 얼굴은 여전히 아기 같은데 훌쩍 커서 "아빠 전 아기 아니에요. 형이에요" 라고 하질 않나. "아빠 제가 카페라떼 사줄께요. 세뱃돈으로" 라고 하질 않나.


우리 엄마 아빠도 여전히 내가 귀여운 아기처럼 보이실까? 배불뚝이에 머리숱이 적어진 30대 아들도?



첫째와 둘째는 닮은 듯 많이 다르다. 

큼이와 별이를 처음 본 사람은 많이 닮았다고 말하는데, 매일 지켜보는 부모의 눈에는 다른점이 많이 보인다. 큼이는 덩치도 크고 또래 평균 95% 이상의 키와 몸무게를 자랑하는데, 별이는 평균 40%의 키와 몸무게, 그리고 머리둘레를 기록하고 작은 얼굴로 비율 좋은 몸매를 뽐낸다. 성격도 많이 다르다. 큼이는 낯을 많이 가리고 친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친해지면 뽀뽀도 잘하고 흥이 많다. 별이는 호기심이 많고 두려움이 없고 형한테 맞더라도 계속 형의 장난감을 가지고 도망치면서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보인다. 그리고 별이는 뽀뽀를 잘안한다. 




서귀포에는 눈이 잘안내리는데, 눈이 내리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놀아야 한다. 눈사람도 만들고 눈썰매도 타고, 기회는 지금뿐이니까 놀아야 된다.





제주도로 이사오기 전에 수영을 배운건 정말 굿 선택이였다. 제주도에는 바다도 많고, 수영장도 많다. 여유가 생긴다면 수영도 다시 배우고, 스쿠버다이빙도 배우고, 서핑도 배우고, 요트도 배우고, 쥬지스도 배우고 싶다. 운동을 많이 많이 하고 싶다.




서귀포의 유명한 유동커피 카페에서 찍은 사진.


매일매일이 여행같다.


사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여행 같은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 미로속을 헤매이고 있다. 지금은 3달 정도 생활비 잔고가 있다. 지난 달에 지원했던 두 회사 중 한 곳에서는 떨어지고, 한 곳은 함께 일하기로 해서 미팅도 하고 일할 곳도 찾아갔었는데. 결국 일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일을 하기 위해서 제주에 왔으니까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일을 해보자"는 아내의 설득에 수긍했다. 내가 직장생활 하는 아내에게 몇 년동안 해왔던 이야기를 아내가 나에게 했다. 하하하. 


그런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6개월동안 집중적으로 영어공부를 했다. 초중급 단계에서 이제 중급정도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외국어문화원에서 영어공부도 하고, 매주 동네에서 외국인 친구 브라이언을 만나서 언어교환을 했다. 브라이언은 아내와 함께 미국에서 제주도로 이주했는데, 합성수지를 만드는 회사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했고, IT 분야에 관심이 많은 어른이다. 나이가 딱 내 아버지와 같다. 그래서 매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때마다 마치 아버지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을 다 터놓고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영어공부 뿐 아니라 인생공부를 했다. 


난 "만약~" 이라는 가정법을 별로 안좋아하지만,

정부가 제대로 운영되고, 예산이 잘 사용되어서 기본소득이 지원된다면. 적어도 한달에 150만원이 지원되면 많은 사람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 같다. 육아를 하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많은 회사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해지고, 육아휴직이 가능해지고, 기본소득이 지원되면 그러니까 우리 가족이 스스로 살아왔던 삶이 정부와 회사의 지원으로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삶이 된다면.


우리는 청춘에 집중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가족에 집중하면서.

행복에 집중하면서.

하루하루를.

아빠와 엄마와 놀고 싶어하는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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