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3 04:57

우리 부부가 제주도에서 디지털노마드로 사는 방법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내려온지도 어언 2년째 지나가고 있다. 처음 제주도로 내려올 때 제주살이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카페, 게스트하우스를 할까? 생각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주도로 이사를 가겠다는 이야기를 대표님께 드렸을 때, 대표님이 흔쾌히 제주도에서 재택근무로 일해도 좋다고 말씀해주셔서 한동안 제주도에서 재택근무로 일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전자책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었고, 전자책 제작과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디지털노마드가 될 수 있다. 만약 업무환경이 유연한 스타트업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다음카카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나의 두번 째 직장이었다. 첫 2달은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출퇴근을 했었다. 출근 시간만 50분 가량 걸렸었는데, 뭐 서울에서라면 출근 시간이 1시간이내면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제주도에서는 굉장히 멀게 느껴지는 거리이다. 그리고 그 시기에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몸이 약해진 상태였었다. 그래서 2달의 계약이 끝나고 연장을 안하고 일을 그만둔다고 말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면 계약연장을 할 생각이 있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 이후 1여년간 재택근무를 했었다. 이때도 난 개발업무를 한 것이 아니다. 

 다음 번으로는 전자책 서점을 운영하는 리디북스에서 하는 헬로월드 프로젝트에 전자책 외주 제작자로 참여하게 되어서 제주에서 원격근무를 하게 되었다. 
 리디북스와 업무하기 위해서 난 한번도 서울에 가서 미팅을 하거나 계약을 하기 위해 담당자와 만난 적도 없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나서도 함께 일했던 담당자분들 단 한분도 만나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일을 진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메일과 구글독스, 가끔 급할 때는 전화통화로도 모든 업무를 할 수 있었다. 

 이후에 리디북스에서 외주 제작자가 아닌 내부 직원으로 재택근무를 할 생각이 있는지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내 일을 하고 싶어서 거절했다. 


 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들을 했었다. 

 더치커피를 내려서 "솔앤유 더치앤초코"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온라인으로 판매해보기도 했었고, 플리마켓에 나가서 오프라인 판매도 해보았다. 때마침 더치커피가 유행을 타서 호기심 많은 구매자들로부터 판매가 꽤 일어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금방 이곳저곳에서 더치커피 판매하는 곳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딱히 우리만의 차별성을 만들기 어려웠다. 차별성을 만들기 위해서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것을 시도했었지만 수제 초콜릿은 유통기한이 짧아서 택배로 판매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초콜릿 제작은 생각보다 전문성이 많이 필요한 분야였다.  

 제주도에 이렇다할 기념티셔츠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서 "Awesome Jeju" 라는 티셔츠를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티셔츠 제작 분야는 너무 문외한이라서 제작비를 절감시키지 못했고, 패션에도 크게 관심이 없어서 발전 시키지 못하고 중단했다. 

 그 다음에는 아내가 그림을 그리고 내가 글을 써서 그림책을 출간했다. 제작비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으고, 독립출판 서점에도 입점했다. 하지만 크게 수익을 내진 못했다. 

 그리고 아내는 페이스북에 "큼이네 집" 이라는 육아웹툰을 꾸준히 연재해왔다. 이제 3년이 넘었는데, 네이버나 다음에서 정식 연재 제안을 받진 못했지만 쿠팡에서 브랜드 웹툰으로 6개월간 연재를 했었고, 최근에는 S 모사에서 광고 웹툰 제안이 왔었다. 또 마케팅 회사에서 디자인 협업 제안을 받아서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되었다. +_+ 여러가지 시도 중에 아내의 그림이 성공했다. 

 나는 전자책을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리디북스에서 외주제작을 하고, 한겨례에서 전자책 외주제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출판사등록과 사업자신고를 하고 직접 내 전자책을 출간했다. "열심히 살지 않는 서른이 되었다" 라는 전자책과 "게임을 만들어보장" 이라는 전자책이다. 아직 크게 수익을 내진 못했지만 지난 달에 240여권, 50만원 정도가 판매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중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마켓에 진출하기 위한 일환으로 영어공부도 매일 하고 있다.  


[그동안 만들어왔던 결과물들 티셔츠, 그림책, 전자책, 더치커피]




 여기까지가 내가 디지털노마드로 살게된 과정을 이야기 했다면 앞으로는 디지털노마드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정리해보겠다. 


 디지털노마드가 되기 위한 방법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1. 디지털노마드가 되기 위한 취업
 2. 프리랜서
 3. 창업  


 사실 내가 겪어온 과정이 바로 위의 3가지이다. 처음 스타트업과 다음카카오에서 일한 것은 "취업해서 디지털노마드가 된 것이다." 그리고 리디북스나 한겨레의 외주제작을 한 것은 "프리랜서" 였고, 마지막으로 그림책을 출간하고 내 전자책을 출간한 것은 바로 "창업" 이다. 


1. 디지털노마드가 되기 위한 취업

 디지털노마드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일 먼저 취업을 권하고 싶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회사에 취업하는 것말이다. 영어가 가능하고, 개발 혹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면 해외에서 원격근무가 가능한 회사에 취업할 수 있다. 유명한 워드프레스를 개발한 오토매틱 회사는 전직원이 원격근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 중에는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곳이 종종 있다. 

 꼭 개발자가 되어야만 원격근무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개발자라면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거기에 영어를 더한 다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2. 프리랜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사실 디지털노마드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프리랜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로움의 상징이었다. 번역가, 디자이너 등등 많은 분야의 프리랜서가 있다. 프리랜서는 외주 일감을 받아서 대신 일 해주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프리랜서로 일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직장생활을 통해 경력을 쌓은 후에 프리랜서로 전환한다. 만약 처음부터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쌓아서 직접 영업을 다닌다면 가능하다. 인터넷에는 프리랜서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사이트들이 많이 있다. 업워크, 탑탤, 크몽, 피버 등등 검색해보면 많이 나온다. 


3. 창업(혹은 창작자)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취업을 통해서 전문성을 키우고, 그 이후에 전문성을 가지고 프리랜서 일을 했다면 마지막 테크트리가 바로 창업이다. 여기서 창업은 대박을 꿈꾸며 어마어마한 성장곡선을 그리는 스타트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1인 기업 혹은 작은 규모의 창업 그리고 창작자를 이야기 한다. 

 분야가 꼭 IT 일 필요는 없다. 출판사를 창업해서도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살 수 있다. 작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노마드 삶에 최적인 직업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삶.


 디지털노마드가 되면 좋은 점은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새로운 삶을 선물해준다. 출퇴근 러시아워에서 한가로운 낮의 지하철을 이용하고, 아무도 없는 평일 조조 영화를 관람하고, 가족이 있다면 아이들과 맘껏 놀아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논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의 부분에서 오히려 직장에 다닐 때보다 더 철저하게 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사람들을 만나보면 일의 효율성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짧고 굵게 일한다는 것이다. 혹은 생산성이 높다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남들이 10시간 걸릴 일을 1시간에 끝낸다. 만약 직장생활을 한다면 이렇게 일찍 일을 끝내도 또 다른 일이 날 기다리고 있을테지만 디지털노마드는 빨리 일을 끝내고 나머지 시간에 여유를 즐긴다. 

 단순히 어떤 직장이 월급이 많다고 좋다고 생각하지 말자. 시급으로 계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만약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월급을 400만원을 받는다 치자. 그런데 매일 야근을 10시까지 한다. 그리고 주말에도 출근한다. 그래서 대략 한달에 260시간을 일한다. 그럼 400만원/260시간을 하면 그 사람의 시급은 15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나의 경우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비용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10만원정도이다. 물론 처음부터 내가 일을 빨리 했던건 아니다. 내가 빨리 일을 끝낼 수록 쉴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기 때문에(시급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일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을 한 끝에 작업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현재 아내와 나는 하루에 3시간 정도씩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거나 산책을 간다. 우리 가족(성인 2명, 아이 2명)의 한달 평균 생활비는 2,291,428원이고, 한달 평균 수입은 2,303,987원이다. 수입과 지출이 아슬아슬하게 맞춰지고 있다. ^^;


[일하다가 잠시 시간내어 바다보러 가기]


지출을 줄이고 삶의 질은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시도


  디지털노마드라는 개념이 시작되었던 계기는 "라이프해킹"에 있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집값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몇몇 창업자 개발자들이 그 비싼 집값 대신에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일하기 시작했고, 또 그들이 동남아시아의 싼 물가를 발견해서 동남아시아에 많은 코워킹 스페이스가 생겼다. 

 단지 여행다니면서 일하면 멋져, 놀면서 돈 많이 벌어 이런 측면은 환상이고 사기에 가깝고,디지털노마드는 지출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시도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디지털노마드를 시작하기 위해서 꼭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비용(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지출을 많이 줄이면 줄일 수록 수입이 적어도 버틸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진다. 그리고 일을 덜해도 된다.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자.  

 그래서 우리나라 청년들도 라이프해킹의 측면에서 취업과 디지털노마드를 접근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 연봉 높은 직장에 취업해야 하는 이유가 꼭 있을까? 꼭 서울에 살아야하는 이유가 있을까? 만약 디지털노마드가 된다면 굳이 서울에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럼 서울의 비싼 집값을 감당할 필요가 없다. 제주도에서 원격근무로 일하면 서울보다 삶의 질이 훨씬 올라간다. (물론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질은 다를 수 있다.)

 강원도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은 어떨까? 

 경상도 통영 섬마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은 어떨까?  


내 일을 하게 되면 내가 하는 모든 작업들이 고스란히 나의 콘텐츠와 결과물로 쌓이기 때문에 디지털노마드의 삶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지금 바로 시작하자. 



P.S 그러니까 뭘 어떻게 시작하란 말이냐?

 디지털노마드가 되고 싶다면 원격근무가 가능한 회사들을 검색해서 지원해보자. 외국기업이라고? 영어를 못한다고? 그럼 번역을 맡겨서 이력서를 만들어도 좋다. 영어로 지원하는 자체가 영어공부다. 뭐 떨어지면 어떤가? 한국에서 한국어로 회사에 지원해도 수백번은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머나먼 어느 나라 얼굴도 모르는 외국인 담당자에게 내 지원서가 어필하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그리고 뭐든지 내 것을 만들어보자. 책, 게임, 그림, 만화, 핸드메이드 소품, 축제, 유튜브 동영상 그게 무엇이든 좋다. 정말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내 경험을 블로그에 적어보자!  

 내 것을 만들었다면 이제 팔아보자. 친구에게 가족에게 혹은 길거리에 나가서 팔아보자. 결국 직장생활은 무엇인가를 파는 것이다. 처음부터 잘팔릴리는 없다. 하지만 분명 내 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리고 파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전문가가 되고 나중에는 더 좋은 상품을 만들고, 더 잘 팔 수 있게 될 것이다. 


내 것을 만들고 팔 수 있으면. 

이제 디지털노마드를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이다.


[더치커피든 티셔츠든 길거리에서 한번 팔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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