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3 23:47

재수의 연습장 - 그림이 힘이 되는 순간

페이스북에 언젠가 부터 거친 선의 흑백그림이 많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흔히 볼 법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고, 달달한 연인의 사랑 그림이 올라오기도 했고, 공감가는 그림들이 올라오기도 했던 그 페이스북 페이지의 이름은 바로 재수의 연습장이었다.


아내가 먼저 발견하고 그림이 너무 좋다고 내게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도 재수의 연습장 페이지를 좋아요를 누르고 종종 그림을 보곤 했었다. 그 재수의 연습장의 그림들이 종이책으로 만들어 졌다. 스마트폰으로 보던 그림과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그저 페이스북에 올라왔던 그림들을 다시 모아 종이로 옮겨왔을 뿐인데도 뭔가 더 감성적인 느낌이 된 것 같다.


매일매일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다는 재수작가님의 글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매일매일 하는 것은 나중에 쌓이고 쌓여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일기장에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공개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자기가 좋아서 시작한 그림이 점점 힘이 들었다가 다시 즐겁기 위해서 페이스북에 그림을 올렸다는 저자의 말이 공감이 된다. 나도 블로그에 글을 쓰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주면 더 없이 기쁘기도 하고...


재수의 연습장 그림들은 아이디어가 톡톡튀는 그림들이 있는데, 뭔가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다든가 실제 사물을 이용한다든가 하는 그림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무지개 위로 동물들이 뛰어가는 그림이다. 진짜 무지개빛을 그림을 그린 스케치북에 비추어서 완성된 그림. 아름답기도 하지만 순간을 기록하는 느낌이라서 좋다.


예전에 드로잉 여행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퇴근을 하고 바로 종로로 달려가서 그림을 그리곤 했었다. 장미도 그리고, 사과도 그리고, 고양이도 그렸다. 사실 어렸을 적 나는 미술시간을 가장 싫어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주제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난 한번도 제 시간에 그림을 완성시킨적이 없었다. 그러니 점점 그림 그리는 것이 재미없어지고 미술시간이 싫어졌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성인이되고 다시 들은 그림수업에서 재미를 찾았다. 이 수업에서는 정해진 시간이 없었고 내가 그리고 싶은 만큼 계속 그릴 수 있었다. 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이렇게 좋아했었나? 신기할 정도였다.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재수의 연습장 책을 찬찬히 보고나니 다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요즘은 종종 어린 아들을 위해서 어벤져스 캐릭터를 그려주곤 하는데. 재미있다. 언젠가 제대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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