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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8 23:20

그냥 일기.

큼이 책상을 샀다. 아빠 책상 옆에 세워두니 앙증맞고 귀엽다. 큼이도 자기 책상이 마음에 드는지 곧잘 앉아 있는다. 간식먹을때도, 아이패드로 만화를 볼때도. 요 며칠 온 가족이 아프고 나니까 지치지고 하고 머리가 무겁기도 하고...도저히 정리된 글쓰긴 힘들어서 그냥 일기나 적어본다. 



아빠가 노트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큼이도 컴퓨터 삐용삐용을 하고 싶다고 온다. 아들에게 땀흘려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텐데. 


서귀포시로 이사를 오면서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 병원문제였는데, 근처에 병원이 개원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소아전문의는 없어서 아기 치료를 잘못했다. 별수없이 하루는 택시를 타고, 하루는 버스를 타고 서귀포 시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2주간 끙끙앓고 이제야 조금씩 낫고 있다. 응급상황을 대비해서 차도 사야하나 고민이 든다. 

머나먼 섬으로 이사오면서 유목민처럼 짐은 최대한 가볍게 불필요한 것은 사지 말자 다짐했었는데. 어느덧 섬에서의 삶도 안정화되고 조금씩 사고, 조금씩 사야 된다고 느낀다. 무엇이 맞는 걸까? 아니, 어떤 방향이 좋을까? 아직도 갈피를 못잡겠다. 어쩌면 우리집이었고, 돈이 있다면 다 사도 되는데...




제주에서의 삶은 행복하다. 사실 부모님 집 단칸방에서 시작한 신혼생활도 행복했고, 홍제동 곰팡이가 피던 좁은 집에서도 행복했다. 별로 특별할 것은 없다. 단지 여긴 밤이 참 고요하다는 점이 다르고, 달빛이 눈부셔서 잠이 깰때가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홍제동에서는 앞집이 밤새 켜논 불빛에 잠못들었는데... 여름에는 창문을 열고 tv를 크게 틀고... 또 제주에서는 윗집이 공룡처럼 쿵쾅거리면서 다녀서 시끄럽다.  뭐 어딜가나 좋은 점과 나쁜점이 있기 마련이겠지.



큼이는 부쩍 자랐다. 말도 잘하고, 혼자서 걷기도 잘하고, 그리고 점점 의사표현도 잘하고... 그리고 이제 아빠육아보다는 엄마육아를 한 시간이 더 많아졌다. 사실상 아빠육아는 이제 없다. 엄마가 육아를 전담하고, 아빠는 재택근무로 일하는 체제가 확립되었다. 낮에는 엄마와 큼이가 함께 놀고, 아빠는 컴퓨터로 일한다. 언제쯤 큼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것인가? 하는 이야기는 일단 36개월로 잠정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 모르겠다 그 이후가 될지. 그 이전이 될지. 그 때가 될지.


동네 놀이터에 종종 아이들 딱 두명이 뛰어노는데. 6살 가량. 큼이와 동년배인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안전하게 부모님 없이 놀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금은 엄마와 함께 문화센터에 가서 친구들을 만난다.

가능하면 그냥 아이들끼리 놀이터에서 놀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는데.

매 주일 교회에 가면 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그냥 어른들 없이 어린 아이들끼리 뛰노는 모습. 어쩌면 위험하겠지만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


제주로 이사오기 전날에는 한참을 가위에 눌렸다. 그만큼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겠지만.

난 걱정도 없고, 하늘의 뜻에 맡기는 성격이지만. 생각이 많다. 너무 많다. 

제주에서 집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였다. 정확히 말하면 집구하기가 아니라 전세집 구하기 였지만.

내가 제주로  이사오자는 마음을 먹었을 때 2009년쯤에는 제주 집값이 굉장히 쌌다. 내집마련이 꿈이 아니었다.

그런데 2015년의 제주 집값은 정말 많이 올랐다. 

아무튼 제주 이사를 검색하거나 책을 읽으면 뭐, 제주에는 부동산이 없어서 마을 이장님을 만나야 되네~ 가격이 얼마네~ 하지만... 지금은 제주도에 부동산 정말 많다. 그리고 마을 이장님도 시골에나 계시지... 그리고 시골 보다 오히려 도시쪽에 부동산 매물이 많다. 당연한 이야기 지만. 

내가 처음 접근한 방식도 지인소개 그리고 제주도에 이주 관련일을 하시는 분들 알음알음 여쭤보았지만 이 분들이 부동산 일을 하시는 분들도 아니고 아무래도 정확한 매물들을 달달 외우고 다니실 수가 없다. 시골집을 구하는게 아니라면 부동산을 찾는게 가장 빠르다. 문제는 가격대비 내 마음에 드는 집이 있느냐 지만...

다시 제주에서는 전세가 없다.  라고 책에 써있다. 이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제주에도 전세가 있다. 단지 귀해서 빨리 나가는 거지. 신축건물에 1개씩 전세가 꼭 끼어있다. 은행대출 대신 전세금을 받는 거겠지 아마도.

아무튼 난 처음에 지인 -> 그다음에 인터넷 오일장 등을 검색했다.~~  아! 인터넷으로 모든게 해결되는 시대는 역시 아직 아니다. 좋은 매물은 인터넷에 없다. 인터넷에 올릴 필요도 없이 금방 나가니까!!!!!! +_+ 


아무튼 발품파는게 이 초고속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에도 적용된다. 문제는 비행기타고 매물을 보러 가야한다는 것.


제일 먼저 마음에 들었던 대지 100평에 18평짜기 목조주택은 주인과 전화통화한 그 다음날 집이 팔렸다고 전화가 왔다. 집 팔렸다고 전화해주는 집주인분은 정말 착한 분이다. 이분 전화번호는 아직도 저장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본 집은 20년 된 20평 다락방도 있는 연립주택.  전세로 나왔다. 계약하기로 전화하고 내려왔는데. 이럴수가 신구간 기간에는 이사할 생각이 없어서 계약 안하겠단다......제주에서는 신구간이라고 1월 말~2월 초 사이에만 이사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그때는 이사 많이 하니까 오히려 이사를 안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비행기 타고 계약하러 왔는데 꽝이 되었다. 그날은 엄청 춥고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뭐 걱정 없었다. 그 다음날 서귀포 시에 있는 모든 부동산에 다 들어가서 전세가 있는지 물어보고 다녔다. 문을 아직 안 열었으면 전화로 물어보고.

거의 대부분 전세는 없다. 전세 아파트가 있는데 이사날짜가 안맞는다. 등등.... 이제 포기하자 하고 공항가는 버스에 올라탔는데 한 부동산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젊은 청년이 아들같아서 전세 하나 소개시켜줄게" 라고 좀 전에 방문한 부동산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래서 다시 버스에서 내려 부동산에 가고 신축빌라에 가서 집구경을 했다. 딱 마음에 든다!!!!

부동산에서 서류를 확인하는데... 근저당이 ㅎㄷㄷ 아니 아들같은 사람한테 이런 집을 소개시켜주나? (나중에 알고보니 이 부동산 주인집하고 친척분하고 지인사이였다.) 처음에는 사기는 아닌가,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어쩌나 등등 한참을 부동산 사장님과 실랑이를 하다가... 집이 너무 맘에 들어서 계약을 하기로 하고 집주인분도 만나고... 계약을 했다. 

우리집 전세금은 안전하겠지... 또 밤잠을 설치는데.... 아내의 감동적인 한마디.

"여보 전세금 다 잃어도 다시 밑바닥에서 부터 시작하면 되죠. 너무 걱정말아요."


크으...현모양처 우리 아내 짱.


전세권설정도 하고, 경매 넘어가면 건물을 사버리자 라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이사 잘하고, 집도 좋고, 잘 지낸다.

요즘은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아픈 것 빼고.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그리고 자주 큼이가 보채고 땡깡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사랑한다.  






큼이의 성장기


시간은 참 잘간다. 하루 하루, 한달 한달. 벌써 4월이라고!!!!

2분기 기념으로 새해 결심 목록을 체크했는데.... 제대로 진행된게 없다. 대충 모든 목록의 지향점은 "영어"인데...하핫.... 그래도 전략적으로 목표는 잘 설정했네...모든 목표를 달성하면 영어 천재가 되어있겠다. 하하.


아빠육아는 끝 났지만 끝이 없다. 엥?


요 며칠 온 가족이 아프고, 큼이도 많이 보채면서 아내도 많이 지쳤다. 우리 부부의 초 장점은 서로 대화를 많이 한다는 점인데. 아내가 말 없이 내가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횟수가 많아졌다. 남자는 여자의 행동이나 신호를 잽싸게 캐치하질 못한다. 난 스스로 꽤 아내를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그렇다. 한 10분정도 늦는다. 10초가 아니다. 10분이다. 예를 들어 아내가 아기를 잠시 봐주길 원할때... 바로 말을 안하면 한 10분 정도 뒤늦게 아이에게 간다. 허허. 

아내가 10분 먼저 말하거나 내가 10분 먼저 눈치채서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사랑으로 극복된다. 극복한다. 극복하자!


사실 제주도로 온 것은 해외로 나가기 위한 1단계 였다. 전초기지랄까? 앞마당 멀티랄까? 
우리 아들에게는 더 넓은 세상, 더 많은 기회, 더 많은 자유를 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군대 보내기 싫은 것만은 아니다. 군대를 갈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

요 며칠 <가슴 뛰는 회사>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이 곳을 더 넓은 세상, 더 많은 기회, 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해외로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는데. 과연 정말 외국에서 아이가 행복할까 부터 우리는 행복할까? 라는 의문까지...고향이 어디인지 "내가 있을 곳"이 어디인지 알고 난 후에 나가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으로 가는 것도 부모의 선택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갈 수 있게 되는 것이 더 좋겠다라는 생각.

일기가 너무 길어졌다.  요즘에는 해야 할 일(그리고 꽤 재미있는 일) 들이 많아서 블로그에 소홀하게 된다.

내 삶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 회사 일 이렇게 두가지로 단순하게 이뤄지는데... 요즘 그 두개에 집중하다 보니 딴짓(블로그)를 못하게 된다. 

육아를 할 때는 누가 육아만 해도 돈을 그냥 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육아안해도 돈을 주면 좋겠따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소득.

얼른 감기 나아서 수영하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
 
저희 가족 여행가게 제 전자책 좀 많이 사주세요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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