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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31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우리 부부가 대화하는 법 - 서로 사랑해도 "말안하면 모른다."
2014.10.31 11:29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우리 부부가 대화하는 법 - 서로 사랑해도 "말안하면 모른다."


좋아하는 이야기 중에 한 노부부가 있었는데, 할머니는 닭다리를 좋아해서 평생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닭다리를 주었고 할아버지는 닭가슴살을 좋아해서 평생 할머니에게 닭가슴살을 주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오해를 하고 살다가 이혼을 하게되었고, 이혼을 하게되는 마지막 날에 닭고기를 먹다가 할머니는 역시나 이번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닭다리를 할아버지에게 주었고, 할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면서 "아니! 당신은 마지막 날까지 내가 싫어하는 닭다리를 나에게 주는 구려. 한번이라도 닭가슴살을 준 적이 없어" 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빵버전이라든지 그 다음 뒷내용이 추가된 버전이라든지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아무튼 모든 이야기의 교훈은 솔직하게 대화를 하지 못해서 발생한 오해이다. 이런 소재는 드라마에서도 많이 다뤄지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서도 나오는 아-주 아-주 역사깊은 이야기다. 서로 오해를 해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싸움들을 시청자의 입장에서 드라마로 볼 때는 답답한 마음과 함께 아슬아슬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 





대화를 안하게 되는 이유는 "뭐 이런 것 까지 말해야하나?" 라는 민망함과 "서로 사랑하면 말안해도 척하면 척이어야지" 라는 말도 안되는 믿음과 "아니, 내가 저번에 말했는데 왜 기억을 못해?" 라는 생각까지 다양하다. 


재미있는 건 이런 "말안해도 알겠지" 라는 생각에서 오는 침묵의 오해는 현실에서도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멀리까지 찾을 필요도 없이 가까운 우리 부모님의 대화를 유심히 들어보면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다. 


연애 초기의 에피소드 중에 이런 적이 있었다. 사귄지 이제 막 한달째가 되었고, 우린 서로 다른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때까지 난 하루종일 농구만 하고 대화할줄 모르는 무뚝뚝한 남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때 난 줄이 길게 늘어선 ATM 앞에서 계좌이체를 하고 있었다. 내 뒤로는 짧은 쉬는 시간안에 ATM을 사용하려는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내 : 여보세요? 오늘 날씨 정말 좋아요.

나 : 웅, 왜 전화 했어요?

아내 : ...아...아니...그게 그냥 전화했어요.

나 : 아, 그래요? 그럼 이따 다시 전화해요.

뚝.


이렇게 전화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날 아내는 펑펑 울었고, 한동안 토라져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아내가 왜 우는지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 토라졌던 이유를 끝내 말해주지 않았을 뿐더러 어려서부터 '전화통화는 용건만 간단히' 라고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라왔지 '여자친구랑 통화는 예외' 라는 연애교육은 받은 적이 없었으니까





연애시절에 아내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는게 부끄럽고,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해서 자신이 상처받은 이유를 말하지 않곤 했다. 그래서 드라마처럼 서로 오해를 하고 싸우는 일이 종종있었다. 나는 나름대로 정말 여자친구에게 잘해주고 있는데 왜 나에게 화를 내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잘해준다는 것은 마치 노부부의 이야기 처럼 내 기준에서 잘해주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데이트를 하고...등등





수 없이 많은 오해와 다툼을 지나서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법을 점차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서로에게 이야기하고 조금이라도 섭섭한 일이 있으면 "그냥 내가 참지" 라고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말하기로 했다. 그리고 대화할 때 말투도 서로를 비꼬거나 화난 목소리로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서로 속마음을 공개하기 시작하자 우리는 봇물터지듯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재미있었던 이야기, 어릴 때 겪었던 일, 서로의 꿈 등등 하루종일 이야기해도 끝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내와 대화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매일 저녁 아기를 가운데 눕히고 세 가족이 함께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 중에 하나이다.  


혹 연애를 오래하다 보면 "이제 대화하지 않아도 우린 서로에 대해 너무 잘알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부부는 연애를 오래했고, 결혼 생활까지 합하면 함께한지 10년이 다되어가지만 아직도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솔직한 대화를 시작한 이후로 새롭게 대두된 문제는 아내가 한번 이야기했던 내용을 내가 잘 기억을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허리를 피고 바른 자세로 앉으라는 것이나 화장실 변기뚜껑을 내리라는 것과 같은...


그럴땐 지겹다고 생각하지 말고, 화내지 말고 계속 이야기하면 된다. 기분을 상하게 말하면 잔소리가 되지만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으로 계속 말하는 것은 잔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서로 사랑해도 "말안하면 모른다."
그리고 한번만 말하면 안된다.
한번 들은 것은 금방 까먹으니까
계속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
"사랑한다고"






덧.  솔직한 대화의 폐해.

얼마전 홀로 제주여행을 다녀와서 아내 생각에 예쁜 제주도 텀블러를 선물해주었다. 선물을 받은 아내는 먼저 고맙다고 하고 잠시후에...

"여보, 아직도 날 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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