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7 16:38

생명의 양식 - 어찌하여 저를 버리지 않고...









   조금 깨어져 금이 가고 오래된, 못 생긴 물항아리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항아리의 주인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깨어진 물항아리를 버리지 않고 온전한 물항아리와 똑같이 아끼며 사용했더랍니다. 깨어진 물항아리는 늘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내가 온전치 못하여 주인님에게 폐를 끼치는 구나. 나로 인해 그토록 힘들게 구한 물이 새어버리는데도 나를 버리지 않으시다니...'

  어느날, 너무 미안하다고 느낀 물항아리가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주인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고 새로운 온전한 항아리를 구하지 않으시나요? 저는 별로 소용가치가 없는 물건인데요."

  주인은 물항아리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물항아리를 지고 묵묵히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길을 지나면서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얘야, 우리가 걸어온 길을 보아라."

  그제야 물항아리는 그들이 늘 물을 길어 집으로 걸어오던 길을 보았습니다. 길가에는 예쁜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듯 싱싱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주인님 어떻게 이 척박한 산골에 이처럼 예쁜 꽃들이 피어 있을까요?"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너의 깨어진 틈으로 새어나온 물을 먹고 자란 꽃들이란다."

<낮은울타리 11월호 한수임>








이 세상 만물 중 그 어떤 것도 이유없이 만들어진 것 없나니, 하물며 천하보다 귀한 너와 나는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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