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8 02:04

[서평] 스타일 - 백영옥 장편소설

  나는 세계문학상이라서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은 건줄 알았더니...그게 아니라 "세계"라는 이름의 문학상을 받은 거였다. 이런 말장난이라니, 세계일보는 단 한번도 들어본적 없지만 1억원의 고료라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31살에 1억이라 왠지 소설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작가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스타일 딱 보기에도 여자들이 읽는 소설이다. 아니 뭐, 소설에 남녀노소 구별이 있겠느냐만 (아니, 확실히 차이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 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 "1억원의 고료", "젊은 감성", "기대되는 신작" 등등 너무 많은 수식어가 붙어있어서 안 읽을래야 안 읽을 수가 없었다.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나는 형에게 "야, 너 읽을 책 많다면서 그 책 읽냐?" 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스타일" 을 읽었다.

  모르겠다. 이 책을 펼쳐서 제일 먼저 든 느낌은 '모르겠다' 였다.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지도 모르겠고, 전혀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 이야기였다. 어쩜 내가 남자이고, 강남에서 안살고, 청담동에서 안노는 돈 없는 학생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책 속 가득한 명품 브랜드 이름은 정말 하나빼고 다 모르겠다. "샤넬"
 
  하지만, 드라마 작가를 꿈꿨다는 이서정처럼 스타일은 그렇게 통속적이면서 한번 보면 , 2화가 보고 싶고, 또 뒷편이 궁금해지는 드라마의 중독성처럼 나를 점점 빠져들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서정은 작가 백영옥 그 자신이였겠지. 그렇다면 백영옥 작가도 드라마 작가를 꿈꿨을까?

  그런 이야기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아니 뭐, 남자들도 좋아할 수도 있고) 1억원의 고료를 수긍하게 할만한 적당한 갈등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선정성도 있고 여자 특유의 판타지도 있고 단지 한가지 너무 마지막에 한꺼번에 모든걸 풀어버릴려고 하는 급 해피엔딩이 아쉽다. 마치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독자가 수수께끼를 같이 풀어나가다가 결국 결정적인 단서는 책 속에 없고, 김전일 혼자만 아는 것처럼, 박기자가 왜그렇게 닦달을 하는지 누군가 게이라든지 하는 걸 작가만 알고 있다가 설득력 없는 복선으로 "범인은 이 안에 있어!" 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때의 허탈감이란...

 꼭 한가지 공감이 가는 책 속 한 구절

- 하지만 별 수 없다. 굶주려 뼈만 남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무너지고, 새로 나온 마놀로 블라닉을 보면 그게 갖고 싶어서 잠이 안온다.
  이것도 저것도 해야겠고, 이쪽도 저쪽도 놓칠 수 없다.

 205페이지


사족, 책을 읽고 이러쿵 저러쿵 길게 서평쓰는것도 못할 짓이다. 10달간 품었다가 하늘이 노래지는 진통 끝에 낳은 아기 보고 못생겼다, 잘생겼다 평을 내려야 쓰겠나?

재밌다. 브릿짓 존슨의 일기를 쏙 빼닮은 이쁜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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