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21. 23:37

[서평] 혜성을 닮은 방 - 나를 닮은 무이 (책내용 많이 담겨 있습니다. 책 보실분들은 보지마세요)

혜성을 닮은 방. 1 상세보기
김한민 지음 | 세미콜론 펴냄
내 방이 꿈과 현실 사이의 통로가 된다면? 사람들의 생각과 기억이 저장된 에코도서관의 존속을 위한 프로젝트에 엉겁결에 뛰어들게 된 '누나'. 첫 번째 임무는 혜성처럼 날아다니는 방을 통해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소년, '무이'를 따라다니며 그의 생각을 몰래 듣고 녹음하는 일이다. 예민한 감각과 글쓰기 재주를 가진 무이는 칼럼니스트 어머니 대신 상담 편지를 쓰기 위해 에코도서관에 가서 사람들의 기억, 그들의 내면



'혜성을 닮은 방' 만화책이라는 이야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전혀 가볍지 않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림소설' 이라고 책 표지에 적혀 있듯이 만화가 아니였다. 간결한 그림체로 표현된 주인공 무이와 징그럽게 묘사된 다른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을 정말 좋아한다.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으로 봤을 때 별 다섯개 이다. 남들에게 추천해주기보다 내가 가지고 싶은 책. 마치 나를 담고 있는 책. 만약 내가 책을 쓴다면 이렇게 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혹시 어딘가 있는 나의 또 다른 내가 이 책을 그리고 쓴 건 아닐까?'


  누구에게나 '혼자어' = '에코어'가 있다는 얘기. 그렇다 , 정말 그렇다. 일단 아무리 내가 자세히 설명해주어도 내 입에서 나오는 순간 '언어'는 100% 내 생각을 표현해주지 못한다. 또한 주변상황, 듣는 사람의 태도 등등이 언어의 전달을 왜곡 시킨다. 고로 내 언어를 고스란히 이해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사람은 결국 혼자인지도.


사무치게 외롭구나.


  '에코어' 라 내 안의 소리 마치 블로그 같다. 공허한 가상의 공간에 외치는 소리. 온전히 나 혼자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나를 대변하고, 나를 표현하고, 내 안의 모든 것을 털어놓은 공간. 도서관에 있던 책들도 블로그랑 비슷하다.


  '혜성을 닮은 방'은 기억의 흐름에 따라 마구 써내려간 글들 같지만, 그 속에서 촌철살인의 글들이 많이 있다.

가령 예를 들면

   '우주선 이론 : 한 권의 책을 이루는 수 많은 문장들 중에 결국 한 줄의 메시지만이 독자의 내면에 도달하고, 나머지는 망각의 바다 속에 사라진다. 어는 문장이 최종적으로 독자의 가슴에 안착할까? 그문장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책을 쓰지 않고 그 문장을 쓸 것이다. 오히려 모르기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아무리 나쁜 책이라도 그 책 속에 꼭 한 문장은 좋은 문장이 있더라구요" 라고 얘기했던 형이 생각난다.


  그리고 또 내 가슴속에 들어온 문구 '나를 가르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없다. '내가 모든 순간 배울 수 있을' 뿐.

 

  아! 쓰다보니 책을 고스란히 다 써버릴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구절만 쓴다면 (아니 조금 많이..)


'그런 책이 있다. 아는 사람 같은 책. 뜻이 통하는 친구 같은 책.
내가 평소에 무심코 떠올리고, 버렸던 생각 조각들을
누군가 주워 모아서 솎아낸 다음, 한 차원 높은 언어 솜씨로 빚어놓은 것 같은 책.
그냥 알 것 같은 정도가 아니라.
쓰였다 지워진 문장들과, 쓰인 방의 풍경과 쓰인 시간과
쓴 사람의 절실함, 그래 그 절실함의 농도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
단지 읽는게 아니라, 또 다른 나를 환기하고 발견하는 책.
이 책이 그런 예감을 준다.
앞으로 매일 매일, 숙제를 일찍 마치고 틈틈히
이 책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않을까!"
어쩌면 그동안 고안해놓은 이론 구슬들을 엮을 실이 이 안에 있을지도...
조각들끼리 연결하고 연결한 어느 순간,
번쩍하고 빛이 어둠을 가른다면!
전구를 처음 발명한 사람의 감흥을 알게 되겠지.
아, 그 순간은 또 얼마나 뿌듯할까?
안 그러니, 소우주야? '

 


   끊임없이 혼잣말을 하는 무이는 닮아있다. 그 속에서 무궁무진하게 공부하고 있는 것도, 세상의 체계적인 공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단지 머리속 공산으로 치부해버리는 내 안의 생각(이론)들...


아! 이 책이 시리즈란 사실을 깨닫고, 바로 2권을 구매하려고 했다.

서평에 너무 많은 인용구를 사용해서 괜찮을지 모르겠다. 스포일러가 되버린건 아닐지.

책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마치 '나'를 만난 것 같아서 기쁘다.


아! 책 속에 나오는 '솔' 아저씨.....;;;

'나'를 만나긴 만났구나.. 하.하.하.


Trackback 0 Comment 4
  1. Favicon of https://echo7995.tistory.com 에코♡ 2008.03.22 10:5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흠...흠,..에코어라 ㅋㅋㅋ

    내가 즐겨쓰는 혼자어를 에코어라고 하는군영 ㅋㅋ

    • Favicon of http://solnamu.tistory.com 솔이 2008.03.22 23:54 address edit & del

      오옷! 컴백하셨네요!! ^^
      홍콩은 즐거우셨나요~? 호오라~
      돌아오자마자 덧글 감사드려요!
      흐흐

  2. Favicon of https://hobaktoon.tistory.com 호박 2008.03.22 17: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올~♪ 솔님의 진지모드가 느껴지는 포스팅^^
    맨날 도와주셈! 도와주셈! 헬프미포스팅만 보다가^^ 캬캬캬~
    언제 기회가닿으면 한번 읽어봐야 할것같은 책이롤세~ 땡스땡스^^
    그리구 완전 신나는 주말&휴일 보내삼(^^*)/

    ps 호박눈화님은 결혼하셨쎄여(ㅋㅋ)

    • Favicon of http://solnamu.tistory.com 솔이 2008.03.22 23:55 address edit & del

      크크크크 도와주셈, 도와주셈! 이라뇨! 제가 언제!!! (그랬었지요..흐흐 도와주세요...ㅠ)

      호박누나! 결혼하셨을 줄이야..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