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0 15:31

[약콩 3호] 콩닥콩닥, 약콩 만남 : 분홍쟁이님 (북카페 책과 콩나무)














 분홍쟁이(yuliannaaj)

 

 

   1.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서평)이란?

 

 

  제가 감히 좋은 서평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일단 모든 글은 다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처음 글쓰기를 시작해서 서툰 글들, 글쓴이의 오랜 경험으로 인해 농염한 빛을 발하는 글들, 책이 마음에 안 들어서 엄청난 비평을 동반한 글들 모두 저에게는 매순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니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맞춤법이 올바르게 쓰이고 흐름이 좋은 글 외에、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나 좋은 서평의 가장 큰 기준은 글 안에 얼마나 ‘진솔함’이 묻어나는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서평을 쓸 때도 주로 이 점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에요.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인위적인 면을 알아차리는 탐지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생활에서도 마음을 열고 다가간 상대와 조금이라도 속마음을 숨기고 만나는 상대와의 차이가 크더라고요. 글쓰기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요? 즐겁게 읽고 즐겁게 쓴 글과 조금 재미없게 읽었어도 약간 과장해서 쓴 서평은 일단 제가 들인 ‘정성’의 시간이 다르니까요. 다른 분들의 글을 읽다보면 가슴 한 구석이 찌릿찌릿 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생각하곤 해요. ‘아, 이 서평은 정말 괜찮구나’ 하고요.

  ‘진솔함’ 다음으로는 ‘글을 쓴 사람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가’가 드러난 글이 좋은  것 같습니다. 서평에 있어서 약간의 줄거리 소개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줄거리만  쓰여 있는 서평은 잘 읽지 않게 되더군요. 서평이란 것이 일종의 의사소통행위라고 생각해요. 나는 이렇게 읽었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읽었을까,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이 사람은 생각해냈구나, 그런 소소한 사실들을 발견해 내고 서로의 생각을 비교하면서 사고방식의 차이를 이해해가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글이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




    2. 나는 이렇게 글(서평)을 쓴다!

 

 

  우선 저는 책을 되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도록 하는 편이에요. 요즘이야 일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책을 보기도 하지만 그러면 글의 흐름이 끊기기도 하고 나중에 다시 책을 펼쳤을 때 멍해지는 경향도 있거든요. 그래서 퇴근한 다음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 안에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을 먼저 읽습니다. 금요일이나 휴일에는 조금만 집중하면 4~5시간에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으니 독서하기에는 주말이 가장 편한 것 같아요.

  책을 읽을 때는 꼭 북다트를 이용합니다. 예전에 북다트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포스트잇을 주로 사용했는데, 자주 잃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북다트를 하나 장만했는데, 참 요긴하게 쓰고 있답니다. 예전에는 쓰기 귀찮아서 그리 느낌이 오지 않는 부분은 체크하지 않았는데 북다트를 사용한 뒤부터는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부분, 느낌이 강하게 오는 부분에 꼭 끼워놓습니다.

  앞의 전제가 너무 길었는데요 ^^; 서평은 책을 다 읽은 후 ‘곧바로’ 씁니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저에게는 너무 잘 적용되는 말이라서 시간이 흐르면 아무리 감동적인 책을 읽었어도 그 느낌이 퇴색되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어떤 식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윤곽들도 희미해지고, 미루면 미룰수록 마음에 짐만 되기 때문에 읽은 다음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을 때 씁니다. 이런 말씀드리기는 부끄럽지만, 그렇게 쓰면 간혹 제가 서평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 자체가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고 느낄 정도의 글쓰기에 빠져드는 순간이 다가오기도 한답니다.

  서평을 쓰는 동안에는 좋은 문장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생각나는대로, 제 마음이 가는대로 씁니다. 맞춤법과 어순에 구애받지 않고요. 대신 반드시 퇴고를 해요. 퇴고를 하면 생각나지 않던 좋은 표현이나 올바른 맞춤법이 생각나거든요.

  쓰는 순간에는 1번에서 말씀드린 ‘진솔함’과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생각’ 등에 비중을 두고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는 되도록 없게, 영 아닌 책을 제외하고는 되도록 작가와 출판사에 예의를 지켜 쓰려고 한답니다.



 


   3.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한다면?

 


  아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별로 없네요. 저도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라서요.

  책 이외에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읽고 어쨌든 많이 써보는 일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다보면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저도 처음에 썼던 서평의 형식들이 너무 식상한 듯 하여 변화를 주고자 한동안 다른 분들의 서평을 열심히 읽었는데요, 아직 많이 변화시키지는 못했지만 저에게 상당히 도움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일단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으로는 정리되지 않던 부분들이 글로 나타내보면 명확해지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맞춤법이나 외래어 표기법 등등이 궁금하시다면 [열린책들 편집매뉴얼]을 참고하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4. 좋아하는 작가 혹은 기억에 남는 책 또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제가 이 질문을 받으면 항상 대답하는 작가가 있어요. 제가 여기저기 외치고 다녀서 아마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바로 일본작가 아사다 지로입니다. 일본어를 전공해서 일본문학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제 마음 속이 살살 어루만져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잔잔하면서도 세심하게, 거칠면서도 지나치지 않게 휘몰아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아주 대단한 작가입니다. 그 중에서 [칼에 지다]는 정말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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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할레드 호세이니도 좋아해요. 책콩에서 이벤트로 받았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고 느낀 감정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동안 책만 읽는 바보였던 제가 드디어 세상 숨 쉬는 것들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문체임에도 사람을 그렇게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옵니다. 그의 [연을 쫓는 아이]도 정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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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작가 중에서는 공지영씨를 좋아합니다. 이 분하고는 감성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이 작가의 책에서 대부분 발견할 수 있거든요. 마치 저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느낌이랄까요. 그의 작품에서는 역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회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 그러면서도 감성을 소홀히 하지 않는 부분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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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 분 더 말씀드리자면 이언 매큐언을 꼽고 싶습니다. 이 분 ‘악마적인 글쓰기’라고 불리는데,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작가입니다. 참 이상해요. 저는 원래 어둡고 혐오스러운 분위기의 글을 참 싫어하는데 이 작가의 글은 어째 자꾸 찾아 읽게 됩니다. 저의 마음 속 어딘가의 어둠이 이 작가의 어둠과 어울리는 경향이 있나 봐요. [암스테르담]으로 처음 만났고 [속죄]를 통해 푹 빠져버린 작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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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롭게 남기고 싶은 말*

 

 


  책은 어렸을 때부터 저의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밖에서 노는 것을 별로 안 좋아했고, 또 지금과는 달리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게 된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지원도 많이 해주셨고요. 표지 하나만 열면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는 책을 저는 참 좋아해요.

  그런 저도 책이 읽기 싫어진 날이 있었습니다. 아마 제 평생 처음이지 싶어요. 책콩에도 글을 올렸었지만 5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는 그렇게 좋아하던 책도 저에게 위로가 되지 않더군요. 모든 것이 다 귀찮고, 이 책을 내가 읽어서 뭐하나 싶었어요. 하지만 이벤트로 받은 책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읽다 울고 읽다 울고 해서 간신히 서평 하나를 끝마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글은 저에게 치유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글쓰기가 저를 내보이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내 글에 덧글을 달아주고 베스트 서평에도 오르면서 누군가가 저를 인정해준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습니다. 한창 공부에 지쳐있을 때 책콩을 알게 되었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없었던 저에게 책콩은 크나큰 위안이 되어 주었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라는 어쩌면 조금은 오만한 마음도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이제 제 자신과 대화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몰랐던 저를 더 알고, 저를 더 사랑하기 위해서요. 헤어진 남자친구로 인해 처음으로 느낀 인간에 대한 커다란 실망감, 분노 등을 글을 통해 조금씩 털어내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재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해요. ‘책이 뭐가 재미있냐’고. 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면 그렇게 말했던 사람들도 분명 책을 사랑하게 될 겁니다. 책읽기, 그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니까요.

  한창 공부를 할 때, 시험 보러 갈 때, 합격했을 때 저의 가장 중요한 날들을 책콩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저는 지금 또 한 발 나아가려고 해요. 2학기에 발령이 나면(혹은 내년 3월에 나면) 저의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되겠지요. 그 때도 책콩이 있어 항상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저에게 약콩의 인터뷰를 제의해주신 아수라님과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부족한 서평 읽어주시고 항상 덧글 달아주시는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려요. 늘 행복하시고, 언제나 즐거운 독서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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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콩 3호, 분홍쟁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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