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3 00:44

제주도에서 쓰는 일기.

내 머릿속에 "제주도" 라는 단어가 처음 들어왔던 건 아마 이 책을 아디오스님께 선물받았을 즈음인 듯 싶다. 다음 커뮤니케이션 본사가 제주도로 이전한 내용을 인터뷰해서 희망제작소과 시대의창에서 출간한 책. 2008년이었나? 2009년이었나? 막연했지만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은 꽤 오래되었다. 다음에 가고 싶었던 이유도 제주도에 본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다음카카오가 되어서 제주도에 계속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리고 얼핏 그때 당시 제주도 집값은 굉장히 낮았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지금은 제주도의 집값, 땅값 모두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서울과 비교하면 아직 낮다. 그리고 아마 서울보다 높아질리도 없을테고.


막연한 제주도가 군대에서 만난 제주도 동생들 덕분에 또렷해 졌다. "나밖에 언~" 이라고 제주어로 이야기하는 동생들을 만나고 전역하기 전 말년휴가에 혼자 4박5일 제주도 여행을 하고, 동생들과 만나서 함께 한라산을 오르고, 조천읍 동생집에서 잠을 자고


본격적으로 제주도 이사를 준비한 건 2014년부터이다. 부모님께는 그 이전부터 '저흰 제주도에서 살 생각입니다." 하고 계속 말씀드렸다. "얘들이 갑자기 왜이러나?" 라고 놀라시지 않도록...하지만 막상 정말 제주도에 내려간다고 하니 다들 말리셨지만 ^^;


이사 준비란 건 제주도 어느 지역에서 살 것인지,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느 집에서 살지 등 이다.

1차로 가족이 모두 3박4일로 대평리 예래마을로 여행을 갔다. 시골마을에서 지내는 건 어떨지. 차도 렌트하지 않고, 여행계획도 없이 그냥 마을만 걸어다니면서 지냈다. 그리고 느낀 점은 "해안가는 무시무시하게 습하다", "그리고 너무 시골마을은 우리가 적응하긴 힘들겠다"

2차는 나 홀로 제주도에서 주최한 귀농귀촌 교육을 받았다. 제주도 이주 사례와 감귤농사 등 교육을 받았다. 제주도 이주라는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많이 알게 되서 좋았지만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서 금방 친해지긴 어려웠다. 그리고 느낀 점은 "아, 농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3차는 가족과 함께 무릉외갓집 체험을 2박3일로 다녀왔다. 올레길도 걷고, 감귤따기 체험도 하고, 무릉외갓집에 대해서도 듣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3번 제주도를 내려오고, 마지막으로 집계약을 위해 한번 더 나혼자 내려왔었다.


어느 지역에 살 것인지는 먼저 제주시, 서귀포시 혹은 /동쪽, 서쪽  이렇게 4가지 중에 동쪽과 서쪽은 모두 한적한 시골 아니면 카페&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이라 제일 먼저 제외했고, 제주시나 서귀포시 중 고민을 했었는데 

제주시가 서귀포시보다 좀 더 땅값이 비쌌고, 제주시보다 서귀포시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제주도 이미지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현선생님이 안내해주셨던 서귀포의 모습이 좋았다.


사실 인터넷으로 집을 알아볼때는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 검색했었다.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은 굉장히 많이 했었는데. 사실 남들처럼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가장 먼저 꿈꿨지만 귀농귀촌교육도 받고 현지사정을 알아보니 전혀 성공가능성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내가 정말 카페를 하고싶은가? 에 대한 질문에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재택근무를 계속 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대표님께서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다행히 큰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리고 집.

귀농귀촌교육을 받을 때도 제주오일장이라든지 인터넷을 통해 먼저 알아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인터넷보단 역시 직접 발품을 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터넷과 전화로 계약하기로 했던 집이 막상 비행기를 타고 내려와서 계약을 하려고 보니 이사날짜가 안맞아서 무산되었다. 그리고 돌아다닌 부동산만 20군데 정도... 대부분 전세는 없어요. 그 금액으로는 못찾아요 등등 했었지만 마지막으로 한 곳에서 찾아냈다. 계약하기 직전까지 엄청 고민을 많이 했고 계약 후에도 엄청 걱정을 많이 했지만 아무튼 마음에 드는 집에 이사와서 잘 살고 있다. 



제주도는 어마어마하게 공사중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서울은 더 심하게 공사중이다. 심지어 멀쩡한 건물을 부셔서 공사하는 서울이니까.


제주도 이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너무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 말에 귀기울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내 글도 마찬가지이다.)  제주도는 생각보다 굉장히 넓다. 제주도 라고 대충 퉁쳐서 이야기하기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날씨도 다르고, 삶의 모습도 다르고 하물며 동쪽과 서쪽의 차이도 굉장히 크다. 그리고 몇년전과 지금의 제주도는 또 다르다. 

인터넷에서 그리고 먼저 이주한 분들로 부터 집값이 어느정도이고 신구간(제주도 이사기간) 에 대해서 이야기 들었지만 실상 직접 내가 돌아다녀본 내용은 많이 달랐다. 결국 개개인의 경험할 수 있는 양으로 제주도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가 없다. 내가 아주 짧게 경험한 내용도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경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인터넷이든 먼저 이주한 선배든 혹은 제주도에 살고 있는 지인이든 다양한 분들의 조언을 듣고 공부도 해야하지만 결국 정말 자신이 원하는 정보는 직접 돌아다니고 직접 물어보고 직접 확인해야 한다. 




제주도(정확히는 서귀포시)에 이사와서 좋은 점은

공기가 맑고, 거리가 한적하고, 조용하고,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고, 바람이 시원하고, 집이 넓어졌다. 

공간이 주는 안정감에 대해서 이전에는 잘 몰랐는데, 제주도에 이사오면서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 서울에서 좁은 집에서 살다가 더 넓은 집으로 오니까 마음도 확실히 여유로워지고 여러모로 안정적인 느낌이다. 어떤 공간에 있는지. 어떤 집에서 사는지는 중요하다.

귀농교육을 같이 받았던 분중에는 시골에서 제주도로 이주하려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은 제주도로 이주하면 오히려 집이 좁아지기 때문에 고민이라고 하셨었다.




제주도로 이사가면 가장 먼저 생활편의시설이 없어서 불편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이사한 곳은 이마트가 가까워서 서울에서 살 때보다 더 편하다. 그리고 이마트는 배달서비스도 해주고. 오늘은 동네에 제과기능장인이 계신 빵집을 발견했다. 이건 서울에서 p모사의 프랜차이즈 빵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 



몇 가지 불편한 점은 농구를 같이 할 사람을 찾기 어렵고, 근처에 수영장이 없고...(지극히 개인적인....;;;;)

공항이 생각보다 멀다는 점, 차가 없이 이동하기 어렵다는점 정도인 것 같다.

아, 그리고 서울에서는 당연하게 느꼈던 마을사업관련된 활동을 찾기 어렵다는 점. 생각해보니 이건 서울이 엄청 활발했었던 것인가 보다. 


좋은 점, 불편한 점 다 떠나서 제주도에 이사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 적이 두 번이다.


며칠 전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그러고보니 제주도는 쓰레기 분리수거 시스템이 굉장히 잘되있다.)

동네 놀이터를 지나는데 대여섯살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불쑥 나를 보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별것도 아닌 일인데. 울컥해서 눈물이 날뻔했다. 

어릴 때 동네에서 어른을 보면 인사해야 한다고 배우고, 그렇게 길에서 만난 어른들께는 모두 인사드렸던 그 시절.

그리고 우리 아들도 그렇게 자랐으면 해서 제주도로 온 것인데......


또 하나는 깊은 밤 잠든 나를 흔들어 깨우면서 "여보, 하늘에 별이 가득해요" 라고 말하는 아내의 모습을 봤을 때.

별이 보이는 곳에서 아기를 키우고 싶다는 꿈이 이루어져서....




아빠 뒷모습을 보고 크는 아들.

듬직한 어깨를 가진 아빠는 아니지만

우리 아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게, 그리고 잘 성장할 수 있게 지켜주고 싶다.












Trackback 0 Comment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