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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8 14:33

<내 사랑 모드>처럼 살아가고 싶다.

<내 사랑 모드>는 통영에 위치한 지역출판사 남해의봄날에서 출간한 책이다. 동명의 영화 <내사랑>의 원작이기도 하다. 난 보통 책과 영화과 동시에 있는 경우에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는 정해진 상영시간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함축적이 되는 경우가 많고, 영화를 보고 난 뒤 책을 읽으면 영화 속에 담기지 못한 뒷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좋다.

 


<내사랑> 영화는 어느 날 밤 아이 둘을 힘겹게 재우고, 육아 동지인 아내와 함께 거실 벽에 기대앉아 휴대폰으로 봤었다. 혹여나 아이가 깰까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긴장을 풀지 못했지만 우리 둘은 금방 영화 속에 빠져들었다. 사랑에 서툰 에버릿이 점차 모드와 동반자가 되어가는 과정이 마치 우리 부부가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만 같았다. 물론 내가 에버릿보다는 더 잘생겼다. 그렇게 우리 부부의 거실 시네마에서 만난 <내사랑>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해의봄날에서 <내 사랑 모드>라는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우리 부부는 너무 기뻐서 바로 책을 주문했다.

 


<내 사랑 모드>는 모드 루이스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드의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다. 에세이나 소설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전기라서 만약 영화를 먼저 보지 않고, 책을 먼저 본 사람이라면 재미가 덜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 모드는 어린 시절부터 신체장애로 인해 몸이 굳고, 손가락이 굽어 있었다. 그래서 성인이 돼서도 부모님의 도움으로 살아가지만 예기치 못하게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하나 있는 오빠는 여동생 모드를 나 몰라라 한다. 결국 딕비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아이다 이모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된다.

 


모드의 남편이 될 에버릿은 어린 시절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온갖 고생을 다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다.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오랜 시간을 혼자 지낸 거칠고 투박한 남자다. 마흔이 넘어서도 결혼하지 못했고 자신이 직접 구매한 오두막 같은 작은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이다.

 


모드와 에버릿 두 사람의 삶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춥고 외로운 겨울이 어울릴 것이다. 의지할 곳 하나 없고, 마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추운 겨울. 작은 집에 혼자 살던 에버릿은 가정부를 구한다는 공고를 내고, 모드는 그 쪽지를 들고 에버릿을 찾아간다. 그렇게 고독한 삶을 살아가던 두 사람이 만나게 되고 인생은 언제나 그렇듯 상상도 못 할 새로운 세상으로 그 둘을 이끌어 간다.

 


첫눈에 반한다거나 두 사람의 만남으로 추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진 않는다. 하지만 "나의 계절은 겨울에도 꽃이 피어요."라는 모드의 말처럼 두 사람은 여전히 힘겨운 겨울을 살아내지만 꽃이 피기 시작한다. 신체장애를 가진 모드와 거친 에버릿을 향한 세상의 시선은 여전하지만 이제 하나가 아닌 둘이 되었고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실제로 모드는 겨울 그림에도 꽃을 그렸다. 눈이 가득한 풍경 가운데 초록색 나무들이 서있고, 꽃들이 가득 펴있다. 나는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도에 살고 있어서 "나의 계절은 겨울에도 꽃이 피어요."라는 문구가 가슴 깊이 들어왔다. 우리 동네에는 실제로 겨울에도 벚꽃이 피고, 유채꽃이 핀다.

 

 


에버릿의 작은 집의 가정부로 들어온 모드는 정작 제대로 가정일을 할 줄 몰랐고, 신체장애로 인해 해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조금씩 집안 곳곳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에는 카드에 그림을 그려서 판매를 한다. 결국 집안일은 에버릿의 몫이 되고 만다. 나는 이 대목에서 에버릿과 모드의 관계 변화가 너무 재미있고, 귀여웠다. 전통적인 남녀의 역할이 역전된다는 건 그냥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직접 그 변화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안다. 사실 에버릿은 여전히 생선을 팔고, 생계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면서 집안일도 자신이 감당한다. 겉은 거친 남자지만 속은 얼마나 따뜻하고 모드에게 다정한 남자인가? 요즘은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라는 말도 있듯이 어쩌면 백 마디 말보다 이렇게 집안일을 하는 남자가 더 멋지다.

 


만약 에버릿이 악독한 사람이고, 모드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모드가 몸이 아프다고 해도 집안일을 계속 시키거나 집에서 내쫓거나 그림을 그리면서도 일을 해야 한다고 했을지 모른다.

 


우리 부부도 전통적인 부부의 역할과 반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뒤 아내는 회사를 복직하고, 내가 육아와 집안일을 전담했었다. 7개월 아들을 데리고 산책하고, 매일 이유식을 만들고,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했다. 그 경험은 아내의 삶은 엄마의 삶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아내가 어깨가 부러졌을 때도 한동안 주부의 역할을 감당해야 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에버릿은 모드가 그림을 그리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다른 일들을 지원해주었다. 그건 바로 사랑이다.

 


모드의 그림 활동은 계속되었고,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다. 모드와 에버릿은 자신의 집을 아예 그림 상점처럼 꾸미고 "그림 팝니다"라는 팻말을 집 밖에 만든다. 그리고 모드의 그림은 작은 마을 딕비를 넘어 캐나다 전역으로 그리고 미국의 닉슨 대통령에게 까지 닿는다. 마치 소설 같은 일이 현실세계에서 일어난 것이다. 모드의 따뜻한 그림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전해준 것이다. 모드는 그림 그리는 법을 한 번도 배운 적 없었고 단지 꾸준히 그렸을 뿐인데 어느덧 캐나다에서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 사람들은 줄지어 모드의 그림을 사러 왔지만 모드는 그림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딕비의 작은 집을 떠나지도 않는다.

 


"작은 창문 그게 내 세상의 전부예요."

 


작은 창문이 자신의 세상의 전부라고 말하며 욕심도 없이, 명예도 인기도 좇지 않고 그저 자신의 그림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기쁘게 그림을 그려준다.

 


모드처럼 살고 싶다. 욕심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평생 살다 간 모드처럼.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동반자와 함께 작은 집 한채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내 사랑 모드>를 읽으면서 작고 작은 두 사람이 만나 너무나 큰 행복과 사랑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부도 그렇게 살아가면 좋겠다.

 


우리 부부는 모드와 에버릿만큼 힘든 시절을 겪었던 적은 없지만 내 아내도 모드처럼 그림을 배운 적 없이 그림이 좋아서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고, 이제는 그림을 통해 돈을 번다! 아내는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고 전문적으로 미술을 배운 적이 없지만 그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방법을 알지 못했다. 우선 그림을 인터넷 sns에 매일 한 컷씩 그려서 올리기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그림을 올리기 시작하자 하나둘씩 팬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어느 날은 유명한 인터넷 기업에서 먼저 외주 그림을 요청해 왔다. 이제는 어엿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아내가 그림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나도 에버릿처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치 에버릿이 모드를 위해 선박을 칠하다 버려진 페인트통을 주어왔듯이 말이다. 아직 아내의 그림이 모드처럼 유명해지진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아내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설령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모드가 유명해지려고 그림을 그렸던 것이 아니었듯이 아내가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길 바랄 뿐이다.

 


<내 사랑 모드>는 작고 작은 사람들이 만나 서로 사랑하고 소박하게 살아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서로 사랑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작고 소중한 것, 그리고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바로 남해의봄날 출판사가 출간하는 책들이 전하는 메시지들이다. 끝없이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지금 세상에서, 그리고 서로를 증오하고 혐오가 넘치는 시대에 지역출판사 남해의봄날이 전하는 이야기들이 더 멀리까지 전해지면 좋겠다.

 


유명해지는 데에는 관심이 없던 모드의 이야기가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것에만 행복을 느꼈던 작은 창문이 나의 세상에 전부라고 말하며 욕심없이 살아간 그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를 혐오하는 것을 멈추고, 더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고 작고 소중한 것을 지키며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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