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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6 09:33

나의 인생은 장미꽃 인생일까? 찔레꽃 인생일까?

“이 꽃들 이름이 뭔지 알겠나?”

성 교수가 물었다. “왼쪽의 큰 꽃은 장미꽃 같은데 오른쪽 작은 꽃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주가 대답했다. “오른쪽 꽃은 찔레꽃이라고 장미의 먼 친척 뻘 되는 꽃이지. 그런데 이 둘이 친척이긴 하지만 차이가 있어. 찔레꽃은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지금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작은 망울들을 터트리는데, 반면 장미꽃은 어느 한 철 짧은 기간에 이렇게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거야.” “그렇군요.” “처음에는 찔레꽃의 작은 망울들이 부러울 수도 있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되는 게 장미지.” 성 교수는 미주를 바라봤다. 그리고 얘기를 계속했다. “내가 미주 양에게 이 두 가지 꽃 중 하나를 선물하겠다면 미주 양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어? 장미? 찔레?” “저는 화려하고 예쁜 장미가 더 갖고 싶습니다. 찔레꽃도 나쁘지 않지만요.” 미주가 대답하자 성 교수가 다시 물었다. “그럼 만약 장미와 찔레 둘 다 꽃이 피지 않은 상태라면 그 때는?” “꽃이 아직 안 핀 상태라도 잘만 키우면 나중에는 분명 예쁜 꽃이 필 테니까, 이번에도 역시 장미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성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인생에도 이렇게 장미꽃과 찔레꽃 두 가지 종류의 길이 있다고 생각해. 일찍 빛을 보고 별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살아가는 찔레꽃과 같은 인생이 있는가 하면, 낮은 위치에서 시작해서 오랜 기간 인내의 시간을 거치다 나중에 비로소 화려한 꽃을 피우는 장미꽃과 같은 인생이 있는 거지. 둘 중 어떤 인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기가 감내해야 하는 삶의 과정이 달라지게 되는 거야.” 성 교수는 종이와 볼펜을 가져와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프였다. “그림으로 그리면 이쯤 되겠지. 인생 초창기부터 괜찮은 성취를 내면서 막판까지 순탄하게 가는 찔레꽃 같은 인생이 있고 처음에는 고생을 하지만 나중에는 화려한 비약을 하는 장미꽃 같은 인생이 있는 거야.” 성 교수가 그림을 미주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미주는 흥미가 느껴졌다. “여기서 말씀하신 찔레꽃 인생이라는 건 예를 들어 어떤 것을 얘기하시는 건가요?” 미주가 묻자 성 교수가 시계를 힐끔 쳐다보곤 입을 열었다. “보통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게 전문직이거든. 변호사나 의사 같은. 이렇게 특별한 자격을 갖추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인생 초창기부터 성취가 있으니까 많이 부러워하지. 그래프를 보면 처음부터 가파른 성장을 하잖아? 그러니까 이런 직업들은 일단 진입만 하면 말년까지 큰 어려움 없이 풍족한 성취를 이루며 인생을 살 수 있는 거야.” 미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 교수가 말을 계속했다. “물론 이런 인생은 처음에 진입하는 게 좀 힘들지. 변호사가 되려면 사법시험을 패스해야 하고, 의사가 되려면 의대를 가야 하니까. 그렇지만 그 초창기의 관문을 뚫으면 자기 가족 부양하고 이런저런 취미생활도 하면서 비교적 여유있게 살 수가 있어. 이게 내가 말하는 찔레꽃 인생이야. 찔레꽃이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작은 꽃을 피우는 것과 비슷한 거지.” 미주는 주의 깊게 들었다. 성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간다면 이 찔레꽃 인생은 중간에 어려움이 없는 대신 말년까지 다해도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정점이다 싶을 정도의 큰 성취는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원래 성취라는 것은 리스크에 달려있거든.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Low Risk Low Return, 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해서 위험이 작으면 수익도 작고 위험이 크면 수익도 큰 법이지. 근데 이 찔레꽃 인생은 안정적이기 때문에 굳이 도중에 리스크를 안지 않아도 되거든. 그래서 리스크가 큰 장미꽃 인생만큼의 성취는 없는 거지. 찔레꽃이 충분히 예쁘긴 하지만 장미처럼 아주 크고 화려하지는 않은 것과 마찬가지야.”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미주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졌다. “그러면 장미꽃 인생은 어떤 것입니까?” “장미꽃 인생은 내가 생각할 땐 자네처럼 조직 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자기가 직접 개척해서 창업을 하는 거야.” ‘어라? 회사에 다니는 게 장미꽃 인생?’ 미주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그 대우가 형편없잖아? 월급도 적고 윗사람들은 나를 무시하고 일은 힘들고. 그러니까 처음 회사에 간 사람들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 그래서 보통 회사에 들어간 지 1년에서 2년 정도 지나면 사람들이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하거든. ‘아! 나 같은 인재가 이런 곳에서 계속 썩어야 하나?’ 하면서 말이야. 그 때가 졸업한 학생들이 날 제일 많이 찾아오는 시기이기도 하지. 그런데 이런 게 있어. 회사생활은 단계가 있는 거야.” 여기까지 얘기하고 성 교수는 다시 시계를 힐끔 쳐다봤다. 아무래도 약속 시간이 가까워오는 모양이었다. “교수님 혹시 약속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미주가 눈치를 채고 물었다. “사실 이따 어디 갈 곳이 있긴 한데, 아직 시간여유는 조금 있어. 괜찮아.” “예. 알겠습니다.” “아무튼 얘기를 계속하자면, 회사생활은 크게 봐서 3단계가 있어. 20대 중반에 회사에 들어간다고 치고 10년 단위로 쪼개서 한번 보자고. 그럼 1단계인 첫 10년 즉,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는 회사에서 직원에게 투자를 하는 시기야. 괜찮겠다 싶은 사람을 뽑아놓고 그 사람을 잘 써먹을 수 있게 훈련시키는 시기지. 이 시기에는 직원들도 자기 몫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긴 하지만 크게 보면 회사에서 훨씬 많은 부분을 직원에게 투자한다고 보는 게 맞아. 그래서 직원에 대한 대우도 당연히 별로 안좋지. 회사 입장에선 아직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사람을 돈을 주면서 키우고 있는 거니까. 물론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젊은 직원들은 기분이 나쁘겠지만 아무튼 1단계는 이렇다고 보면 돼.” ‘회사가 직원에게 투자하는 시기라……. 회사 입장에서 보면 그런가?’ 미주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시각이었다. 성 교수는 얘기를 계속했다. “2단계인 두번째 10년 즉,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는 이제 그 직원이 회사에 기여를 하기 시작하는 시기야. 그동안 회사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잘 길렀다면 이제는 실제로 활약을 하면서 회사에 기여를 하는 거지. 위로는 경영진들의 의사를 이해하고 아래로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젊은 직원들을 잘 이끌어서 회사의 중요한 실무들을 수행하는 시기야. 대우는 1단계보다 조금 좋아지지만 그래도 같은 시기의 찔레꽃 인생의 성취보다는 많이 못하지.” ‘그럼 2단계는 우리 회사로 치면 팀장이나 부장 정도인가?’ 미주가 속으로 생각했다. 성 교수의 얘기가 이어졌다. “마지막 3단계는 40대 중반 이후부터인데 이제 비로소 그동안 축적한 노력의 결실을 맺는 시기라고 할 수 있어. 조직에서 인정받아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되고 아래 직원들을 움직여서 큰 일들을 지휘하게 되지. 많은 보상을 받게 되고 대외적으로 크게 이름을 떨칠 수도 있어. 그래서 이 시기에 이르면 비로소 장미꽃 인생과 찔레꽃 인생의 지위가 역전돼. 마지막 한 철에 가장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장미처럼 평생 기울인 눈물과 땀의 결실을 맛보는 화려한 비약의 시기라고 볼 수 있는 거야. 여기가 장미꽃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지이자 절정이지. 탈락하지 않고 마지막 단계까지 도달하면 이런 성취를 맛볼 수가 있어.” 미주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회사생활에 대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얘기라고 생각했다. 미주는 이렇게 나중의 일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까지 도달하는 것이 좀 어렵지. 아까 찔레꽃 인생은 진입이 힘든 반면 한번 진입하면 순탄하다고 했잖아? 장미꽃 인생은 진입은 좀 수월한데 반해 중간중간이 계속 위기야. 리스크가 계속 있는 거지. 그래서 1단계를 채 넘지 못하고 탈락해버리는 사람들도 있고 2단계에서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 결국 3단계에 이르는 사람은 전체의 1~2% 정도밖에 안되지. 100명 입사해서 1~2명 남는 거니까 아주 리스크가 커. 나머지 99명은 자기가 못 견디고 그만두거나 아니면 회사에서 짤리니까.” “그렇군요. 하긴 요즘 뉴스만 봐도 삼팔선38세 퇴직이니 사오정45세 정년이니 하면서 회사원들이 불안에 떤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미주가 맞장구를 쳤다. 성 교수는 살짝 웃더니 얘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보면 아주 재미있는 게 좋은 학교를 나오고 소위 말하는 똑똑하고 우수하다는 친구들일수록 더 못 견디고 도중에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야. ‘나는 똑똑하고 능력있는데 내가 왜 여기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이런 생각에 1,2단계를 견디질 못하는 거지. 똑똑하고 능력있으면 나중에 3단계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동료들에 비해 훨씬 높을 텐데 자기 스스로 그만두고 나와버려. 인생 첫 단계에서의 불리함이나 손해를 견디지 못하고 나중에 올 찬란한 보상을 포기 해 버리는거지. 공부 잘한다는 학생일수록 이런 경향이 아주 커.” “아. 그렇군요. 보통 공부 잘하고 좋은 학교 나오고 그러면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니까 자신이 잡은 기회를 우습게 보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나는 회사생활 못하겠다고 하면서 나를 찾아오는 졸업생들한테는 꼭 이 장미꽃 찔레꽃 얘기를 해줘. ‘지금 네가 걸어가고 있는 길은 장미꽃 인생이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잘 견디고 이겨내면 나중에는 지금 네가 부러워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큰 성취를 이룰 수도 있다. 그래도 그만두고 딴 길로 가고 싶으냐?’ 이렇게 물어보지. 그래도 ‘유학 가겠다.’ 아니면 ‘고시나 다른 시험을 보겠다.’ 뭐 이렇게 뜻을 꺾지 않으면 그냥 그렇게 하라고 말하지. 장미꽃 인생이든 찔레꽃 인생이든 기본적으로 그건 개인의 선택이니까. 누구도 강요할 순 없어.” 미주가 동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나는 장미꽃 인생이 더 좋고 찔레꽃 인생이 나쁘다느니 하는 뜻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야. 사람마다 추구하는 목표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잖아. 어떤 사람은 위험을 즐기고 어떤 사람은 위험을 회피하고. 그러니까 이런 인생의 선택도 그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 다만 요즘 학생들이 모두 편안한 찔레꽃 인생만을 꿈꾸고 부러워하니까 자연히 나는 장미꽃 인생을 소개하고 옹호하는 쪽으로 얘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뿐이야.” “예. 무슨 말씀인지 이해합니다.” 미주가 대답했다. “사실 좀 더 자세히 파고들면 장미꽃 인생과 찔레꽃 인생 속에서도 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습이 달라져. 찔레꽃 인생에 속하는 사람도 그 안에서 계속 도전하고 혁신하면서 끊임없이 위험을 감수한다면 그 사람은 훨씬 더 큰 성장을 하기도 하지. 같은 의사, 변호사, 교수라도 더 많은 일을 하고 크게 되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런 건 찔레꽃 인생이면서도 계속 성장하는 장미형 찔레 정도로 명명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가 하면 장미꽃 인생에 속하지만 노력도 안하고 생각없이 살다가 한 번 피워보지도 못하고 정말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찔레형 장미 인생도 있을 수 있겠지.” “그렇군요.” 미주가 긍정의 말투로 대답했다. 성 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서 계속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성 교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내가 그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건 지금 자기가 장미꽃 인생을 살고 있는 건지 찔레꽃 인생을 살고 있는 건지, 또 자기 미래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를 잘 모르고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인생을 판단하지는 말라는 뜻에서야. 즉, 자기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인지 확실히 정하고 그 길을 가라는 거지. 한 마디로 말해 인생의 목표를 명확히 세우라는 거야.” 미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장미꽃과 찔레꽃에 대한 비유는 생소했지만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였다. - 장미와 찔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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